월요일 아침, 긴 연휴가 끝나고 출근을 하던 동생이 비몽사몽이던 나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오빠, 숭례문이 불탔데. 누가 불 지른 것 같데."
"그래? 큰일 났네."
그리고 다시 잠에 들어 버렸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다. 숭례문, 1년 전에 갔을 때 보았던 그 숭례문이 불타 없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을 조금 더 자고 나서 일어나서 TV를 틀어보니 온통 숭례문 이야기이다. 언제 불이 나서 어떻게 대응을 하다가 결국 완전히 불에 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다. 세상 만사 알 수 없는 것이라니까. 당시에는 누구인지 몰랐던 방화범도 궁금해졌다. 그이는 무슨 생각에 불을 놓았을까?
안타까웠다. 현장에서 흉물이 되어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던 시민의 눈물이 흘렀다. 또 다른 사람은 마치 오랜 지인이 죽은 것 마냥 흰 국화를 갖다 놓고 꾸벅 큰 절을 했다. 젊은 사람들은 전화기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큰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듯이.
화재에 대해서 할 말이 몹시 많았던 모양이다. 그 날 뉴스에서는 숭례문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돌이킬 수 없었던 부분이 역사적 가치의 훼손일 것이다. 국보 1호니, 보물 1호니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나중에 관리의 편의를 위해 분류해 놓은 것이 그 가치를 대변하는 양 떠들어대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 자세가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화재는 각각 가치가 있는 것이지 상대적으로 줄을 세워 우위를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것과 사적 몇 호 누구의 생가가 불타 없어졌다는 것에 차이가 무엇일까? 국보니 보물이니 사적이니 등등의 구분으로 사람들이 문화재를 줄세우기 시작했고 더불어 가치도 줄세워지게 되었다. 국보, 보물 등의 문화재 관리 체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흘렀는데 조선 초부터 지금까지, 임란, 호란, 6-25 등을 거치면서도 파괴되지 않고 이어온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몇 시간 만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 600여년의 역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고 우리에게는 큰 손실이 되었다. 비록 수 년이 걸려 복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겉모습만 되살리는 것이지 그 역사적 의미, 문화재 본래의 의미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숭례문과 함께 자라온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어린 시절 누구나 국보1호 숭례문, 보물1호 흥인지문, 이런 식으로 외우며 자랑하며 떠들며 자랐을 것이다).
내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것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컸을 것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풍경대로 시민들은 크게 상심하였다. 한결같은 걱정스런 시선, 당혹한 표정. 방화범에 대한 분노. 모두 당연한 것이다. 상시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을 앞으로 보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 통고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그들은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어디든 잔칫집이든 상갓집이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기자들. 그리고 정치인들. 아니나 다를까 바쁘신 정치인들께서도 화재 현장에 납시었다. 여전히 어깨에 힘을 가득 준 채 수많은 보좌관들을 대동하시고 우르르 몰려다니시는 모습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겠고 나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아는 동생에게 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소위 "국민 자원 모금 계획"이나 지하철 역에서 자막 뉴스로 본 책임 공방을 하는 '한심' 한나라당 등의 행동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온다. 나라의 문화재를 국민의 도움을 얻어서 복원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 시작한다면 많이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과연 "이 당선자의 입을 통해서 나와야 하는 것인가?"라는 그 동생의 생각대로 과정에 뭔가 큰 잘못이 생겨버렸다. 이제는 모금이 자발적 모금이 아니게 되었다. 혹 정부에서 나서서 모금을 하지 않고 민간 시민단체에서 나서서 모금을 하더라도 그 뒤에는 이 당선자의 그림자가 아른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발' 모금의 의미는 이미 그 그림자 너머로 숨겨졌다.
총선이 코 앞이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어수선해진 민심을 파악해서 꼭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회 아니 뭇 정치 정당들의 일일 것이다. 그런데 '총선 악재'니 '책임 공방' 등을 논하는 것은 무엇 하자는 것일까?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본분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왜 승리 해야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총선에 매달리는가? 이번 숭례문 화재 사건과 관련된 몇몇 분란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자기 인식의 썩은 열매가 하나 더 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분을 잊은 자들이여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이미 불은 숭례문을 태울 만큼 태우고 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화강암 석축과 타고 남은 목재들 뿐이다. 숭례문을 생각하면서 흘린 눈물과 내쉰 한숨으로 그 불을 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늦었고 사태는 엎질러진 물일 따름이다. 언제까지나 그 안타까움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앞을 바라볼 때이다. 우선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이 제2의 숭례문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재 관리에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재 사건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그 때마다 문화재 보존 대책은 지적되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얻어진 결과가 결국 숭례문 화재, 숭례문 전소다.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서로 미루고 있는가, 문화재청이나 소방당국이나 둘 다 할 말이 없을 텐데. 혁신적이고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명박 정부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시장 경제니 6% 성장이니 당장 눈 앞에 급급한 성장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문화재의 가치, 돈으로 표시할 수 없는 그 가치도 더욱 소중히 여겨 관리해야 한다.
이제 숭례문은 복구될 것이다. 엇그제까지 우리가 보았던 그 역사 오랜 숭례문은 아닐 것이다. 비록 외관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회복할 수 없다. 그에 따라서 우리의 마음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원래부터 문화재가 어디 있었나? 조선 초기 시절 수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 밑을 지났어도 아무도 이 문을 문화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적 가치를 얻어 광복 이후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숭례문이 이번에 복구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어 국보1호라는 칭호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것이 영영 문화재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당장 우리 세대에는 볼 수 없겠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문화재로 살아남을 것이다. 다른 문화재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가슴아픈 사건을 지나 새로 태어난 숭례문으로서 문화재로 인정받을 것이다. 복구를 하는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문화재를 탄생시킨다는 생각으로 복구에 전심 전력을 바쳐야 할 것이고 시민들은 숭례문의 재탄생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문화재는 물려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빠, 숭례문이 불탔데. 누가 불 지른 것 같데."
"그래? 큰일 났네."
그리고 다시 잠에 들어 버렸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다. 숭례문, 1년 전에 갔을 때 보았던 그 숭례문이 불타 없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을 조금 더 자고 나서 일어나서 TV를 틀어보니 온통 숭례문 이야기이다. 언제 불이 나서 어떻게 대응을 하다가 결국 완전히 불에 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다. 세상 만사 알 수 없는 것이라니까. 당시에는 누구인지 몰랐던 방화범도 궁금해졌다. 그이는 무슨 생각에 불을 놓았을까?
안타까웠다. 현장에서 흉물이 되어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던 시민의 눈물이 흘렀다. 또 다른 사람은 마치 오랜 지인이 죽은 것 마냥 흰 국화를 갖다 놓고 꾸벅 큰 절을 했다. 젊은 사람들은 전화기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큰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듯이.
화재에 대해서 할 말이 몹시 많았던 모양이다. 그 날 뉴스에서는 숭례문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돌이킬 수 없었던 부분이 역사적 가치의 훼손일 것이다. 국보 1호니, 보물 1호니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나중에 관리의 편의를 위해 분류해 놓은 것이 그 가치를 대변하는 양 떠들어대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 자세가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화재는 각각 가치가 있는 것이지 상대적으로 줄을 세워 우위를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것과 사적 몇 호 누구의 생가가 불타 없어졌다는 것에 차이가 무엇일까? 국보니 보물이니 사적이니 등등의 구분으로 사람들이 문화재를 줄세우기 시작했고 더불어 가치도 줄세워지게 되었다. 국보, 보물 등의 문화재 관리 체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흘렀는데 조선 초부터 지금까지, 임란, 호란, 6-25 등을 거치면서도 파괴되지 않고 이어온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몇 시간 만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 600여년의 역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고 우리에게는 큰 손실이 되었다. 비록 수 년이 걸려 복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겉모습만 되살리는 것이지 그 역사적 의미, 문화재 본래의 의미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숭례문과 함께 자라온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어린 시절 누구나 국보1호 숭례문, 보물1호 흥인지문, 이런 식으로 외우며 자랑하며 떠들며 자랐을 것이다).
내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것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컸을 것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풍경대로 시민들은 크게 상심하였다. 한결같은 걱정스런 시선, 당혹한 표정. 방화범에 대한 분노. 모두 당연한 것이다. 상시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을 앞으로 보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 통고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그들은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어디든 잔칫집이든 상갓집이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기자들. 그리고 정치인들. 아니나 다를까 바쁘신 정치인들께서도 화재 현장에 납시었다. 여전히 어깨에 힘을 가득 준 채 수많은 보좌관들을 대동하시고 우르르 몰려다니시는 모습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겠고 나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아는 동생에게 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소위 "국민 자원 모금 계획"이나 지하철 역에서 자막 뉴스로 본 책임 공방을 하는 '한심' 한나라당 등의 행동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온다. 나라의 문화재를 국민의 도움을 얻어서 복원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 시작한다면 많이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과연 "이 당선자의 입을 통해서 나와야 하는 것인가?"라는 그 동생의 생각대로 과정에 뭔가 큰 잘못이 생겨버렸다. 이제는 모금이 자발적 모금이 아니게 되었다. 혹 정부에서 나서서 모금을 하지 않고 민간 시민단체에서 나서서 모금을 하더라도 그 뒤에는 이 당선자의 그림자가 아른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발' 모금의 의미는 이미 그 그림자 너머로 숨겨졌다.
총선이 코 앞이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어수선해진 민심을 파악해서 꼭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회 아니 뭇 정치 정당들의 일일 것이다. 그런데 '총선 악재'니 '책임 공방' 등을 논하는 것은 무엇 하자는 것일까?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본분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왜 승리 해야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총선에 매달리는가? 이번 숭례문 화재 사건과 관련된 몇몇 분란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자기 인식의 썩은 열매가 하나 더 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분을 잊은 자들이여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이미 불은 숭례문을 태울 만큼 태우고 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화강암 석축과 타고 남은 목재들 뿐이다. 숭례문을 생각하면서 흘린 눈물과 내쉰 한숨으로 그 불을 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늦었고 사태는 엎질러진 물일 따름이다. 언제까지나 그 안타까움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앞을 바라볼 때이다. 우선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이 제2의 숭례문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재 관리에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재 사건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그 때마다 문화재 보존 대책은 지적되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얻어진 결과가 결국 숭례문 화재, 숭례문 전소다.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서로 미루고 있는가, 문화재청이나 소방당국이나 둘 다 할 말이 없을 텐데. 혁신적이고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명박 정부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시장 경제니 6% 성장이니 당장 눈 앞에 급급한 성장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문화재의 가치, 돈으로 표시할 수 없는 그 가치도 더욱 소중히 여겨 관리해야 한다.
이제 숭례문은 복구될 것이다. 엇그제까지 우리가 보았던 그 역사 오랜 숭례문은 아닐 것이다. 비록 외관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회복할 수 없다. 그에 따라서 우리의 마음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원래부터 문화재가 어디 있었나? 조선 초기 시절 수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 밑을 지났어도 아무도 이 문을 문화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적 가치를 얻어 광복 이후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숭례문이 이번에 복구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어 국보1호라는 칭호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것이 영영 문화재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당장 우리 세대에는 볼 수 없겠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문화재로 살아남을 것이다. 다른 문화재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가슴아픈 사건을 지나 새로 태어난 숭례문으로서 문화재로 인정받을 것이다. 복구를 하는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문화재를 탄생시킨다는 생각으로 복구에 전심 전력을 바쳐야 할 것이고 시민들은 숭례문의 재탄생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문화재는 물려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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